
인천뉴스 김종국 ❚ 쌩쌩 달리는 경주용 차량 대회 'F1 그랑프리'를 인천에 유치하겠다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시책이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싱카 대회 유치'에 대해 민선 8기 유정복 시장은 후보 시절이나 취임 직후에나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인천 시민들이 그동안 전혀 알지 못한 내용이다.
1천억 원 전후의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하는 레이싱카 대회 유치가 지난 4월 6일 일본 스즈카시에서 유 시장의 입으로 툭 튀어나왔을 때, 시청 안팎에서 당연히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전 조사비용만 5억 원이 넘는다.
찬성도, 반대도,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F1 카드'를 제일 먼저 꺼낸 유 시장이 달게 받아야 할 그저 자연스러운 인과응보다.
혹시라도 F1이 민선8기 시정 비전에, 목표에, 또 공약실천계획에 담겨 있을까 싶어 400개 공약을 샅샅이 뒤져봐도 레이싱의 '레' 자도 찾을 수 없는 게 실상이다.
이 사업의 대장(大將)인 'F1 인천 그랑프리대회 유치단장'에게 언제부터, 왜 이 사업이 시작됐냐고 묻자 사실 그도 정확한 답은 주지는 못했다.
다만 그는 "유 시장이 작년 말부터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지난 4월에 일본 서킷 현장에 가서 유치 의향서를 전달하고 그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들은 내용을 말했을 뿐이다.
또 다른 인천시 관계자에게도 F1 추진 배경의 진의(眞意)를 묻자 "유 시장이 인천을 초일류도시, 글로벌톱텐시티로 목표를 정했는데 이에 걸맞는 국제행사를 유치하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 설명 다 표면적인 것으로 들린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며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쉼 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타입으로 잘 알려진 유 시장이 F1 카드를 빼든 이유는 또 다른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약 이행'이 짚이는 대목이다.
유 시장의 민선 8기 공약집에는 '글로벌 국제행사 개최 및 유치'가 담겨 있다.
이 국제행사는 2가지로 이미 명칭이 결정돼 있다.
하나는 '한-아시아 도시포럼(AUF)'이고 다른 하나는 '2025 APEC 정상회의'다.
전자는 민선 8기가 처음으로 아시아 각국의 시장과 고위 관계자를 초청해 인천에서 '개최해야 하는' 국제행사고, 후자는 32회차를 맞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원국을 인천으로 '유치하는' 행사의 성격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제1회 아시아 도시포럼(AUF)'은 개최 한 달을 앞두고 인천시와 공동주관사로 활동하던 '유엔(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각국의 시장들을 초빙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유엔 소속이 아니라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대회 준비가 파행을 맞았다.
결국 인천시는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로부터 투입된 사업비를 회수하고 '2023 AUF'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현재는 공약에서도 이 국제행사를 뺀 상태다.
그렇다면 민선8기에 남은 '글로벌 행사 공약'은 2025 APEC 정상회의 뿐이다.
이 행사는 이달 중 최종 개최지를 발표하는데 인천, 경주, 제주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시 안팎에서 행사 준비 기간, 준비된 도시의 면모, 고조되는 신냉전 국면 속 인천의 지리적 위치 등 특히 몇 가지 측면에서는 '인천이 밀리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행정의 달인' 유 시장이 공약 이행을 위해서 또 다른 글로벌 행사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내외적 환경이 민선 8기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물밑에서는 인천시가 현재 F1 이외에 초대형 글로벌 행사 유치를 위해 고위 간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경중(輕重)이다.
관건은 내실이 아니겠는가.
온갖 글로벌 행사 유치로 대중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릴 때 정작 유 시장의 1호 공약, 민선 8기가 '인천의 심장'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는 '제물포르네상스'는 어떤 상태인가 하는 점이다.
제물포르네상스의 한 축인 동인천역에서는 상인들의 재개발 의결권을 선점하기 위해 7대 3의 비율로 선후(先後) 대금 지급을 제안하는 사업자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주민 총회가 두 차례나 해산되며 총의를 모으지 못해 파국을 맞고 있다.
인천항 내항 재개발도 2~7부두 기능 전면 폐쇄를 비롯해 IPA로부터의 사업 주도권 확보, 역사문화지구 보전, 통경관축 유지, 저밀도 공공개발이라는 핵심적 사안들이 수 년째 그대로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유 시장이 당장이라도 달려가 진두지휘를 해야 할 시급한 사안들이다.
바로 유 시장의 5대 핵심공약 중에서도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린 공약, 시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유 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모든 에너지를 제물포르네상스에 쏟아도 모자랄 판에 왜 일회성 행사인 F1에 매달리지는, 무슨 속내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제발 진행 중인 원도심 사업을 꼼꼼하게 챙겼으면 한다"고 진언한 것이 오늘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