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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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 김종국 ❚ "수능 만점자를 탈락시킨 것과 같은, 수용할 수 없는 참 나쁜 결정이다. 수능 준비 수험생이 만점을 받고도 대학에 불합한 것을 수용할 수 있나,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준비된 인천이 아닌 도시가 선정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다.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고 공모 지침도 위반했다. 재심의 해야 한다."

내년 11월에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가 경주시로 의결되면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공식적으로 낸 입장이다.

유 시장이 밝힌 인천의 인프라 즉 '개최여건 평가항목'은 경쟁 도시인 경주나 제주에 비해 분명히 뛰어나다. 

인천의 송도켄벤시아는 2만4839㎡ 규모에 4개 전시장, 35개 회의실을 갖고 있으며 지역 내 숙박시설은 1만3777실, 이 중 4・5성급은 7679실이다. 공항과의 거리는 20분 이내인 28km다.

반면, 경주 화백컨벤션은 4960㎡ 규모에 2개 전시장, 15개 회의실이며 지역 숙박시설은 총 4569실, 이 중 4・5성급은 1651실이다. 공항과의 거리는 90분 이내인 100km다. 

제주컨벤션은 9080㎡에 1개 전시장, 30개 회의실로 구성됐으며 지역 숙박시설은 3만3662실에 4・5성급은 9865실이다. 공항과의 거리는 60분 이내인 41km다.

이 같은 '정량적 수치'로 보면 유 시장이 문제 제기가 참으로 타당해서 APEC 개최도시 심사가 불공정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 측면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APEC 개최도시 심사위원들은 왜 인천이 아닌 경주를 택했을까. 

그 정밀한 해답이야 심의 '회의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테지만 그보다는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면 실마리가 있다고 본다.

유 시장은 "이런 중차대한 APEC 정상회의를 최적지(인천)에서 개최해야 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만한 상식"이라고 했는데, 그런 대중적 상식 측면에서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각국 정상(VIP)들의 머리 위로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인천에서 국가 원수들이 모두 집결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북중러・한미일의 대결구도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고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로 '안전핀'이 뽑힌 접경지 서해5도에서는 국지전 도발도 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여기에 인천 도심 곳곳에서 대남 오물풍선이 낙하하고 있는 현실이 인천의 처한 신냉전 시대의 지리적 입지라는 점을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겠나.

이 같은 안보, 경호, 안전 측면에서 미국 대통령, 일본 총리, 캐나다 총리, 호주 총리, 멕시코 대통령, 싱가포르 총리 등 21개국 VIP의 집결이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승인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APEC 심사위원의 심의를 넘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경주는 정상회의 개최지가 항아리 모양으로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경호의 최적지라고 강조했고, 제주는 그 자체로 '세계 평화의 섬'이라고 내세웠다.

다만 이러한 해석에 오해가 없어야 할 것은 이는 객관적 상황에 대한 '주관적 견해'라는 점이다.

유 시장은 취임 후 인천상륙작전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버금가는 국제행사로 확대・격상한다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히며 예산을 키우고 전담 조직을 정비했다.

지난해 9월 15일에는 인천시 중구 팔미도 해상에서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을 위해 '폭격 시연'을 해군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프랑스 노르망디와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북한의 해안포 위협 사격이 시시각각 발생하고 있는 인천의 상황이 같을 수 있겠는가.

유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인천을 평화가 아닌 '전쟁의 도시'로 더욱 각인시킬 뿐"이라고 한결같이 비판하고 있다.

다음달 1일이면 유 시장은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유 시장은 이에 앞서 27일 민선8기 시정부의 그동안 성과와 향후 시정운영 방향 등을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보수의 적통'을 자처하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과 관련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 자중을 요구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윤 의원은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확성기 방송과 대북전단 발송이 계속되면 북한의 확성기 조준 타격이나 접경지역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에게 도발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남북간 대화 채널마저 단절된 상태의 강대강 대치를 멈추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 공공질서를 생각하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했다.

같은 당 소속인 유 시장은 윤 의원의 이 같은 '적시의 지적'과 '소신 있는 의견 개진'에 대해 접경지 수장으로서, 시민의 안전과 행복만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한 시장으로서 크게 참고해야 할 것이다.

유 시장의 임기가 2년 남았다. '전쟁과 국지전, 해상 무력 충돌의 도시'가 아닌 '평화와 치유의 도시'로서의 인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고히 할 수 있는 유 시장의 대정부 의견 개진과 평화 구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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