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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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 김종국 ❚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혹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의 '파혼' 소식이 들려온다.

각자의 직장에 통상적 출퇴근 거리에 있는 신혼집을 구해야 하는데 금전적으로 여의치가 않아 혼인마저 포기하는 경우다.

'직주근접' 아파트를 얻기 위해 예비부부가 탈탈 털어 마련한 1억~3억 원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그렇다고 신혼집으로 빌라에서 살기는 둘다 썩 내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현실에 부딪혀 '연애・결혼・출산'을 과감히 포기한 밀레니얼세대에게 베이비붐세대적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하라"라는 개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혼 시작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느니 차라리 '비혼'을 선택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편하게 눈치 않보고 즐기면서 살겠다"는 마인드가 대세인 요즘이다.

그렇다면 실제 신혼부부들은 빌라를 생애 첫 신혼집으로 선택하지 않나?

결론은 '그렇다'이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2022년 기준, 주거실태조사에는 신혼부부(7년 이내)는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거주(73%)하고 있었다.

다세대 빌라는 9%에 불과했고 단독주택은 11%를 차지했다.

이 같은 주택에 대한 점유형태는 자가가 43%에 달했으며, 전・월세 임차 52%, 무상은 3%의 비중이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회원들을 상대로 올해 리서치한 결과도 정부 조사와 다르지 않았다.

ㄱ사의 조사 결과,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성인의 74%가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선택했으며 빌라는 16%, 오피스텔은 5%의 순으로 꼽았다.

점유형태는 자가가 35%로 국토부 조사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전・월세 임차는 53%로 유사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신혼부부 지원정책과 저출생 해소 방안 마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인천시가 최근 발표한 '저출생 정책 시즌2 - 신혼부부 1천원 주택 공급계획'의 실효성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집값 부담'이 저출생 문제의 큰 원인 중 하나라며 하루 임대료 1천 원, 한 달에 총 3만원을 내는 '천원주택'을 예비부부와 신혼부부에게 내년부터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천원주택을 <인천뉴스>가 취재한 결과 전용면적 65~85㎡ 이하의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을 비롯한 '빌라'로 거의 대부분 마련된다.

미추홀구 주안동・용현동・도화동 등지의 빌라와 남동구 구월동・간석동・만수동 지역 빌라, 서구지역 빌라, 중구, 동구, 부평구 등지에 분포된 빌라들이다.

인천에는 현재 이 천원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7년 이내 신혼부부가 1만1천 쌍이 있다.

인천시가 진심을 다해 전폭적으로 밀레니얼 태생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이들 1만1천 커플에 대한 주택선호도 조사부터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73%의 커플들은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원하고 있다.

빌라를 원하는 커플은 10% 안팎이다.

인천시가 어떤 파격적인 가격에 빌라를 신혼집으로 제공하더라도 요즘 세대의 눈높이에는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선8기는 기존 저소득층 주거정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혼집은 '천원 빌라'가 아닌 '천원 아파트'로 지원하는 과감한 노선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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