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폭우가 인천을 덮쳤다.
가로수가 쓰러지고 도로가 침수되며 상점들이 물에 잠겼지만, 다행히도 인명 피해는 없었다.
요란한 긴급재난문자에 깜짝 놀랐지만,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그 결과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반복된 재난 속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홍보와 시민들의 학습 효과가 생명을 지켜낸 것이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투자라는 사실이다.
산업현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불러왔다.
이에 대해 일부는 "다른 대기업보다 사망자 수가 적다"는 수치를 들며 과도한 처벌을 우려한다.
심지어 포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바꾸었는가?
형평성 있는 기준과 예방 중심의 제도, 기업 자율 예방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기업이 안전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태도에 대한 분명한 경고다.
사람이 죽었고,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책임은 어떤 수치로도 가릴 수 없다.
우리는 폭우 속에서 인명 피해를 막은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단순히 행운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경각심 제고라는 사회적 투자의 결과였다.
산업현장도 다르지 않다. IoT 센서와 CCTV, AI 기반 위험예측 시스템 등 첨단기술이 이미 상용화됐지만, 공공기관조차 도입에 소극적인 마당에 민간기업은 의무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숫자 놀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기업과 시민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기초 비용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 지점에 서있다.
정부는 안전에 투자한 기업에게 분명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세제 혜택이든, 인증 제도든, 모범 사례의 홍보든 가시적인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 생명을 비용으로 치부한 기업에는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한국형 중대재해 대응 체계’가 실현될 수 있다.
생명은 숫자가 아니다.
그 어떤 통계보다, 우리는 '왜 아직도 사람이 죽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