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규 넥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 인천뉴스
강양규 넥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 인천뉴스

롯데카드 해킹 사고 당시 미흡한 보안 체계구축에 대한 질타도 많았지만 황당하고 급한 마음을 AI 상담사가 상대하면서 더 화가 난 피해자도 많았다.

수십 년을 거래한 은행지점에 전화하려면 AI 상담사를 거친 다음 본사 콜센터와 상담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자주 바뀌는 지점 담당자를 알지 못하면 연결이 어렵다. 이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고객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본인확인이 안되기에 상담이 거절된다.

소중한 돈에 관련된 일이기에 확실한 상담을 위해서는 지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최근 5년간 국내 은행, 보험, 증권사 지점 4곳 중 1곳이 문을 닫았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만 해도 전체 지점의 약 26%인 937곳이 사라졌다. 9개 주요 증권사는 36%가, 5대 생명보험사는 20%가 축소됐다. 

이는 단순히 비대면 거래 확산이라는 '경영 효율화' 논리로만 볼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바로 '금융 접근권의 붕괴'와 '금융 서비스의 본질 훼손' 우려다. 

영업점 감소는 단순한 경영 효율화 수준을 넘어 지역 간 금융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1km 이내에서 은행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강원·전남·경북 등 일부 군 지역에서는 평균 이동거리가 20~27km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만 전체 지점의 31.5%가 몰려 있다. 중·저소득 지역은 점포가 사라지고 있는 반면, 고소득 지역엔 과밀 현상이 나타나는 '금융 공동화'가 진행 중이다. 

점포 축소가 30% 이상일 경우 해당 지역의 기업 대출이 평균 5.8%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대면 금융 서비스의 축소는 단순히 은행의 비용 절감 문제가 아니라 실물경제와 지역 사회의 신용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한편, AI로 대체된 상담 시스템은 ‘효율적 혁신’의 상징처럼 도입됐으나 실제 소비자 만족도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AI 챗봇이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답을 반복한다는 응답이 73.6%에 달했다.

즉 신뢰가 생명인 금융 서비스에서 불완전한 AI는 거래 효율을 높이기보다 ‘신뢰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상담에 대한 신뢰감이 낮다고 답한 비율도 37.6%에 달했으며, 83%의 이용자가 여전히 인간 상담원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디지털화 자체가 아니라 '속도'와 '방식'이다. 지난 5년간 91조 원의 순이익을 낸 은행권이 경영 효율만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정당하다. 진정한 해법은 AI와 인간 상담원의 하이브리드 모델,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대체 채널 확보 그리고 금융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재인식이다.

고객 지향적이지 않는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금융서비스의 본질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소비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점포 4곳 중 1곳이 사라진 지금, 우리가 되짚어야 할 것은 ‘얼마나 닫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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