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교육감 핵심증인 진술…검사 "증거인멸 시도중"

인천시교육청 내부에서 고위간부에게 건네는 해외출장비와 '명절 떡값'은 거부할 수 없는 관행처럼 행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교육청의 인사는 이와 연결돼 있으며, 객관적인 평가와 근거자료 중심으로 행해지기보다 교육감의 권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교육감의 증거인멸 시도를 막기 위해서 나 교육감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2일 뇌물 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세 번째 공판(인천지법 형사12부 심리·부장판사 김동석)에서 검찰측의 핵심증인으로 출석한 전 인사팀장 최모씨는 "상당수 직원들이 해외출장 거마비와 명절 떡값 명목으로 나 교육감과 전 행정관리국장이었던 한모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며 "다른 직원들도 공공연하게 명절 떡값이나 출장 거마비 등을 상급자(국장급)에게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 (때에 맞춰 인사하는 것은)교육청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최씨는 2007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교육감에게 해외출장 거마비로 세 차례에 걸쳐 100만원씩 모두 300만원을, 2012년 1월에는 예산성과금을 떼어 200만원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출장거마비와 때마다 근무했던 팀의 직원들이 모아놨던 팀비를 추렴하고 자신의 돈을 보태 목돈을 만들었고, 예산성과금도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돈을 모아서 전달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한씨에게 명절 떡값으로 현금을 전달한 사실도 시인하며 "(교육감과 한씨 등 상급자들에게)금품을 전달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근평(근무평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명절)인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최씨의 주장은 신빙성을 지니고 있어, 의심이나 부정보다 사실이라는 믿음을 동반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한 사람만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기에는 정황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금품 관례는 인사 등을 대비해 이뤄졌다는 주장은 최씨의 경우를 봐도 심증이 가는 부분이다.
근평순위 70위였던 당사자가 이후 근평에서 갑자기 7위로 뛰어오른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날 최씨는 '교육감에 의해서 직원들의 근평이 조작되고 시교육청의 인사가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4급 인사의 경우 법 규정보다는 관행으로 이뤄지며, 인사위원회의 논의보다 행정관리국장 이상이 승진후보 순위를 매겨 주면 인사실무자가 이에 따라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최종 인사는 교육감이 검토해 조정한 순위에 따라 확정된다"고 진술했다.
 
이는 결국 금품과 승진은 직접적인 관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교육감은 인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명확하게 나 교육감의 혐의가 풀리거나 입증되지는 못했으며, 시작부터 유연하게 풀리지 않았다.

재판에 앞서 검사는 "시교육청 관계자들이 방청하고 있기 때문에 증인이 제대로 진술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비공개 진행을 두 차례나 제의했고, 판사는 "공무원은 사적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첫 증인으로 나선 최씨에게 의견을 물은 후 이에 동의하자 이를 기각했다.

최씨는 수 시간 단독으로 이뤄진 진술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물을 때마다 금품 전달 과정이나 일자 등이 조금씩 다르게 답했다.
또 "나 교육감이 순위자 10명을 적은 메모를 한씨에게 줬고, 그것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자신에게 나 교육감이 결정적으로 인사 조작을 지시했다고 시인하기보다는 '정황'이나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식의 답변으로 대신했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5명의 증인 중 시간상 3명만 이뤄진 심문에서도 "행정관리국장이었던 한씨가 교육감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한씨가)교육감의 지시로 승진자를 내려줬다고 생각했다"는 답변들이 중복됐다.

이날 '비공개 재판' 요청이 기각당하자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말했다가 핍박 받았다'는 내용의 교육청 직원들 진정서가 최근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피고인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독진술을 했던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 7월까지 시교육청 인사팀장을 지내면서 사무용품 납품업자에게서 1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8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나교육감의 1심 네 번째 공판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인천지역연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감의 인사 비리기 속속 밝혀지면서 시민들이 자괴감을 느낀다"며 "나 교육감의 증거인멸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니 나 교육감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인천뉴스=유승희기자]

저작권자 © 인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