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에 대한 1차 공판 3심 진행과정에서, 검사가 증인에게 ‘자신이 윗 사람에 상납을 했음’을 확인시키는 과정에서 이전에 진술한 검찰기록을 공개했다.

교육청 전 인사팀장이 전 행정관리국장에게 해외출장 거마비를 건네며 나눴던 대화의 일부다.

“국장님 (이번 해외출장에) A의원과 함께 가신다면서요. 어떻게 제어하시겠어요?”
“(그) 돌아이. 밤새 술로 죽여 놓을 거야.”
 
엄숙한 법정이라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방청객 곳곳에서도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대화는 공무원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들에 대한 감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겉으로야 어쨌든 깍듯한 예의를 갖추고 대하지만 공무원에게 선출직 의원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밉상, ‘돌아이’ 그 자체다.

공무원들에게 ‘돌아이 의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많은 자료를 요구해 야근을 시키고, 현안을 궤뚫어 문제를 제기하며 질책하는 의원들은 ‘돌아이 의원’이다. 여기에 툭하면 ‘오라 가라’ 호출도 해대고 현안을 따져 대면 ‘얄미운 돌아이의원’이다.

또 다른 ‘돌아이의원’은 자료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면서 몰아세우는 의원이다. 호출은 감내한다 하더라도 완장을 들이대며 갑(甲)처럼 구는 이는 ‘개념없는 돌아이의원’이다.
 
개념 없는 돌아이의원은 별다른 감정이 없이 만만하기도 하고 뭐 그냥 그렇다. 아는 척 하면서 의회에서 다그치면 정중하게 바로 잡아줄 수도 있고, 속으로 맘껏 무시할 수도 있다. 

반면에 얄미운 돌아이의원은 두렵고 긴장된다. 업무에 대강대강 얼렁뚱땅 넘어 가려다 족집게처럼 집어내 지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얄미운 의원들은 한 발자국이라도 바람직한 변화를 이끈다.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개념없는 의원’이 아닌 ‘얄미운 의원’이 돼 달라고….
의원들이 술로라도 이겨보고 싶을 만큼 미움을 받고, 술상의 안주가 돼 씹히는 것을 즐겼으면 좋겠다.
하지만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지는 말았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공판에서 거론된 의원은 들리는 바에 의하면 ‘미운 돌아이의원’으로 분류된다.
 
[인천뉴스=유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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