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들러리로 내세워 낙찰자, 투찰 가격 등 정하고 입찰

[인천뉴스=김원빈인턴기자]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국내 대형 건설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3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포스코건설 등 13개 중·대형 건설업체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2건의 하수처리시설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포스코건설 관계자 A(5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등 13개 건설사는 지난 2009년 4월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발주 금액 1조 3천억원) 13개 공구 입찰 과정에서 공구별로 사전에 낙찰자, 투찰 가격 등을 정하고 입찰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인천도시철도 2호선 담합 행위 공소사실 요지<표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수 있습니다.>

또 포스코건설은 비슷한 시기 공촌 하수처리시설 건설사업(발주 금액 910억원) 입찰 과정에서 중견 건설업체 B건설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같은 수법으로 입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1년 8월 광주·전남 혁신도시 하수처리시설 건설사업(발주 금액 456억원) 입찰 과정에서 B건설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같은 수법으로 들러리로 함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 하수처리시설 담합 행위 공소사실 요지

포스코건설 등 13개 건설업체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관련 입찰 과정에서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을 방지하고 낙찰 가격도 높일 목적으로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13개 중·대형 건설사는 포스코건설을 포함해 대림산업,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신동아건설, 쌍용건설, SK건설, GS건설, 태영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이다.

이들은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투찰 가격과 설계 품질을 교묘히 조정하고 설계비를 부풀리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담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대형건설사, 중형건설사 순으로 공구를 배분하고 '다른 공사에 참여 시켜주겠다'는 등의 제안을 받고 들러리 요청에 응했다.

7개 대형 건설사들은 서로 경쟁을 피할 목적으로 영업부서 간 정보 교류를 통해 각 건설사별 관심 공구를 사전에 파악하고 2008년 12월~2009년 1월까지 2~3회에 걸쳐 담당자들이 회합해 공구를 배분했다.

나머지 중견 건설사들도 같은 방법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추진 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공구를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공구를 배분한 13개 건설사들은 유찰을 방지하고 경쟁 없이 낙찰받기 위해 서로 들러리를 서주거나 다른 건설사를 들러리로 세웠다.

들러리 건설사는 의도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소위 'B설계'를 제출하고 낙찰 건설사가 요청하는 가격으로 투찰함으로써 설계 점수와 가격 점수를 낮춰서 입찰에 참여했다.

들러리 건설사는 설계비 손실을 피하기 위해 발주처로부터 지급받게 된 설계보상비에 맞춰 설계를 진행했다.

낙찰 건설사는 들러리 건설사의 배신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입찰장에서 들러리 건설사 직원을 만나 입찰서류의 투찰 가격을 직접 확인하고 확인한 입찰서를 제출하는 것까지 체크하는 등 치밀하게 진행했다.

공촌 하수처리시설 입찰 과정에서는 포스코건설이 경쟁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B건설업체를 들러리로 내세워 낙찰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전남 혁신도시 하수처리시설 입찰 과정에서는 B건설업체가 단독 입찰로 1회 유찰되자 포스코건설을 들러리로 내세워 낙찰받았다.

조사결과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는 모두 국내 건설업계를 주도하는 시공 실적 최상위 업체들로 '4대강 살리기 공사 담합 사건',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 담합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낙찰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월 초 인천도시철도 2호선 담합 사건 관련해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17개업체 담당자 34명을 조사했다.

또한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하수처리시설 담합 사건과 관련해 3개 업체 책임자 등 9명을 조사했다.

공정위는 중·대형 건설사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담합 혐의에 대해 지난 2009년 10월, 공촌 등 2곳의 하수처리시설 담합 혐의에 대해서는 2011년 9월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의 입찰을 담합한 21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천322억원을 부과하고 낙찰받은 15개사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 고발 당시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태에서 다수의 중·대형 건설사들이 연루된 중요 담합 사건인 점 등을 감안해 환부만 도려내는 정제되고 절제된 수사의 원칙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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