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인천뉴스 대표기자.
이정규 인천뉴스 대표기자.

최근 인천 강화군이 칼을 빼 들었다.

그동안 건설업계의 만성질환처럼 자리 잡은 ‘페이퍼컴퍼니’, 이른바 유령회사를 색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등록만 해놓고 실제로는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고 장비도 없는, 말 그대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들.

서류 몇 장으로는 멀쩡한 건설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현장에서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이 기생충 같은 업체들이 수의계약 따내고 공사비만 챙겨가는 구조.

결국 피해는 건실한 지역 업체와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강화군은 이번에 관내 등록된 211개 전문건설업체를 전수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말 그대로 싹 다 뒤지겠다는 거다.  군은 조사 방식을 ‘실질성 검증’이라고 못 박았다.

첫째, 사무실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한다.

둘째, 건설협회에 등록된 기술자가 실제로 근무 중인지 4대 보험 자료까지 까보겠다는 거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걸러도, 껍데기 회사는 줄줄이 낙엽처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그거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얘기다. 왜냐고? 유령회사들이 그 정도 위장은 애교 수준으로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주소만 강화로 옮겨놓고 실제로는 서울이나 인천 본토에서 영업하는 회사들, 군내 여기저기 이름만 다른 법인을 세워놓고 사실상 한 군데에서만 공사하는 회사들. 여기에 여성기업, 사회적 기업으로 둔갑해 수의계약 혜택만 싹쓸이하는 편법까지. 이런 꼼수들을 잡아내지 못하면, 이번 조사도 결국 보여주기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더 황당한 건 발주처 관리다. 현장대리인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만 해놓고, 정작 공사 현장에는 나타나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소장은 현장에 없고, 실질적 관리는 뒷전. 이런 상태에서 안전사고라도 터지면? 피해는 주민 몫, 책임은 흐지부지다.

그래서다. 이번 강화군의 칼질이 ‘진짜 칼’이냐, 아니면 ‘고무칼’이냐가 중요하다.

형식적인 조사 몇 번 하고 “우린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손 털면, 강화 건설판은 그대로 썩어간다.

그러나 진짜로 사무실, 직원, 자본금, 현장관리까지 죄다 까뒤집고, 꼼수 업체들 퇴출시킨다면? 강화군은 전국 지자체 중 ‘건설판 적폐 청산 1번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박용철 강화군수가 말한 것처럼 “공정한 건설 문화 정착, 부실 시공 사전 차단”이 그냥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번만큼은 군민들이 박수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말뿐인 조사로 끝낼 때가 아니다.

강화군이 건설업계의 기생충을 뿌리째 뽑아낼지, 아니면 또다시 보여주기 행정에 머물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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