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뉴스 김종국 기자 ❚ 인천지역 유치원・초・중・고 교사들 상당수는 현장체험학습을 학부모 민원과 행정 및 위계의 압력 속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체험학습 진행에 있어 교사들의 자율성과 권한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지난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인천지역 교사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 포함) 실태조사’에는 이 같은 결과가 담겼다.
이번 조사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사결정 구조, 현장체험학습 지원비에 대한 인식, 예산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체 응답자의 69.6%가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했다고 답했으며, 연 2회 이상 실시가 39.4%, 연 1회 실시가 30.2%였다.
미실시 학교는 30.4%에 불과했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과정에서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부정적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전혀 그렇지 않다’(32.3%)와 ‘그렇지 않다’(18%)를 합하면 부정 응답이 50.3%에 달했다.
긍정 응답은 33.5%에 그쳤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0%를 넘는 등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현장의 교사들이 실제 현장체험학습의 운영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교육적 전문성과 판단보다는 외부 요구나 기존 관행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장체험학습 추진과정에서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교사들은 자율적인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43.3%), 학부모 민원 압력(42.3%), 관리자의 일방적 강요(39.6%), 학교운영위원회 결정(35.4%)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현장체험학습이 교사의 교육적 판단보다 민원·행정·위계 구조에 의해 좌우되는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서술 응답에서도 “예산을 줬으니 반드시 써야 한다는 압박”, “전년도 계획을 답습해 변경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 “학부모 설문 결과만 반영한 일방적 운영” 등이 지적됐다.
교사의 의견 수렴 과정이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거나 생략되고, 전년도 담당자가 계획한 체험학습을 후임자가 진행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특히 자율적인 의견 개진이 어려운 조직 문화, 학부모 민원 압력, 관리자 중심의 일방적 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장체험학습 지원비 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부정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5.7%가 “현장체험학습 지원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8.5%가 줄여야한다고 응답했다.
폐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94.2%인 반면 유지(4.8%)나 증액(1%)을 선택한 교사는 극히 적었다.
이는 현재의 지원비가 교사들에게 업무·행정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예산을 꼭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분석됐다.
실제 전체 응답자 789명 중 773명(98%)이 “현장체험학습 지원비가 현장체험학습을 강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아니오’는 16명(2%)에 불과해 대다수의 교사가 지원비를 현장체험학습을 강요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체험학습지원비를 반납할 수 있지만 실제 반납률이 낮은 이유(초등학교에서 10% 정도)에 대해서는, 예산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외부 압력이 있다(63.8%), 예산을 남기면 안 될 것 같아 모두 사용한다(27.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교사들의 자발적 의사로 모두 사용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해,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 관련 예산이 교육적 필요보다 소진 중심·형식 중심 행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장체험학습 지원비를 여러 학년에서 나눠 사용하게 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찬성 43%, 반대 57%로 나타나 현장체험학습을 실제 운영할 교사들의 협의와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현장체험학습지원비를 교내 체험학습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90.2%의 교사가 찬성한다고 응답해, 체험학습지원비를 교외 체험학습뿐 아니라 교내 체험학습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인천교사노조 김성경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이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고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적 판단이 아닌 민원·행정·위계의 압력 속에서 강행되어서는 안된다”며, "교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토론과 의사결정 구조가 학교 현장에 반드시 마련돼야 하고, 교육청은 교사의 의견에 반하는 현장체험학습 계획이나 운영이 강행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